마지막 산골 밥상에 다슬기가 올라왔다
2026년 8월 4일 방송된 SBS 《산골총각 영웅》 7회에는 조금 낯선 전 한 장이 등장했다. 임영웅이 준비한 다슬기 부추전이다. 익숙한 부추 사이에 민물 식재료인 다슬기가 들어갔다니, 이름만 들어도 젓가락이 잠시 멈춘다. “다슬기가 전에도 들어가?” 하는 궁금증이 먼저 생긴다.
이날은 임영웅, 차승원, 김도훈이 함께한 마지막 산골 생활을 담은 최종회였다. 같은 저녁 식탁에는 차승원이 만든 닭곰탕도 놓였다. SBS 공식 회차 소개에서는 임영웅과 김도훈이 앞선 실패를 뒤로하고 계란말이에 다시 도전한 내용도 확인된다.
국에서만 보던 다슬기, 오늘은 바삭하게
다슬기라고 하면 국부터 떠오른다. 충청도식 올갱이국이나 구수한 다슬기국처럼 뜨거운 국물 속에서 만나는 모습이 익숙하다. 다슬기수제비 역시 오래 먹어온 관련 음식이다. 그런데 이날은 국그릇 대신 프라이팬을 탔다.
정확한 반죽 비율이나 불 조절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방송 레시피처럼 설명할 수는 없다. 다만 재료의 일반적인 특성을 생각하면 작은 반전은 충분히 그려진다. 노릇하게 익은 전의 겉면은 바삭하고, 그 안에서는 다슬기살이 작지만 탄력 있는 씹는 맛을 더할 수 있다. 국물 속에서 부드럽게 넘어가던 재료가 전에서는 한 번씩 존재감을 드러내는 셈이다.
부추는 향을 펴고 다슬기는 씹는 맛을 남긴다
부추전의 첫인상은 역시 푸른색이다. 잘게 자른 부추가 반죽 사이로 길게 이어지고, 열을 받으면 잎이 부드러워지며 특유의 향이 퍼진다. 가장자리는 얇고 노릇하게 익고 가운데는 조금 더 촉촉하게 남는다. 전은 늘 바삭한 가장자리파와 촉촉한 가운데파로 식탁을 조용히 갈라놓는다.
여기에 다슬기가 들어가면 일반 부추전과 씹는 리듬이 달라질 수 있다. 오징이나 조개처럼 한눈에 크게 보이는 재료가 아니라 부추 사이에 작게 숨어 있기 때문이다. 한 조각을 들고 다슬기살을 찾는 모습은 초록 잎 사이의 작은 보물 찾기와도 닮았다. 한입마다 똑같이 씹히기보다는 어느 순간 톡 하고 만나는 식감이 재미를 만든다.
올갱이도 고디도 대사리도 모두 다슬기
다슬기는 사는 곳뿐 아니라 불리는 이름도 다양하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충청도에서는 올갱이, 경상도에서는 고디, 전라도에서는 대사리라고 부른다. 어느 이름이 정답이라기보다 음식 이름만 들어도 고향이 슬쩍 보이는 재료다.
누군가는 올갱이국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고디탕을 먼저 생각할 것이다. 같은 다슬기인데 이름 하나가 바뀌면 기억 속 밥상도 달라진다. 국그릇에서 자주 만나던 그 다슬기가 이날 《산골총각 영웅》에서는 부추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익숙한 재료의 자리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음식은 꽤 새롭게 보인다.
초록빛 전 한 장에 산골의 여름이 담겼다
8월의 산골 저녁과 부추전은 색부터 잘 어울린다. 푸른 부추, 작고 짙은 다슬기살, 검은 팬 위로 번지는 노릇한 기름빛이 한 장면 안에 모인다. 멀리 산이나 계곡을 보여주지 않아도 나무 식탁과 뜨거운 팬, 갓 부친 전만 있으면 산골의 여름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비 오는 날이라서 전을 먹는다는 익숙한 공식과도 조금 다르다. 이 전의 매력은 날씨보다 공간과 재료에 있다. 밭에서 떠오르는 부추와 민물에서 온 다슬기가 한 장 안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한 장만 맛보려 했는데 어느새 접시에는 기름 자국만 남는 음식다운 풍경도 쉽게 상상된다.
작다고 영양 이야기까지 작은 건 아니다
크기는 작지만 다슬기에는 단백질이 들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영양성분 DB를 출처로 한 자료에서는 생다슬기 80g의 단백질을 9.52g으로 제시한다. 다만 방송 속 전에는 다슬기가 얼마나 들어갔는지 알 수 없으므로 전 한 장의 영양값을 계산할 수는 없다.
부추에는 카로틴과 비타민 C 등이 들어 있다. 푸른색과 향만 맡고 지나가기에는 제법 알찬 채소다. 그렇다고 부추와 다슬기가 들어갔다고 전 한 장이 갑자기 기름기 없는 건강식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 영양소는 담겨 있지만, 부침 음식이라는 전체 성격도 함께 생각하는 편이 정확하다.
마지막 한 장은 역시 산골다운 음식으로
《산골총각 영웅》의 마지막 저녁에는 차승원의 닭곰탕과 임영웅의 다슬기 부추전이 함께 놓였다. 한쪽에는 뜨끈한 국물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가장자리가 노릇한 전이 있다. 서로 다른 음식이지만 소박한 산골 밥상이라는 분위기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중에서도 다슬기 부추전은 산골의 물과 밭을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 평범한 부추전에 작은 다슬기살이 들어갔을 뿐인데, 마지막 산골 저녁이라는 배경을 만나 음식의 인상이 달라졌다. 방송이 끝난 뒤에도 초록빛 전 한 장이 기억에 남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