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 한 줄 건지는데 장대가 이만큼 길다고?
2026년 8월 6일 방송된 tvN 〈언니네 산지직송3〉 2회에서 염정아, 김선영, 강유석, 노윤서는 귀한 돌미역을 찾아 거제로 향했다. 여기에 게스트 박해준도 합류했다. 방송 공식 미리보기는 이 돌미역을 ‘방송 설명 기준 일 년 중 단 보름 동안 수확하는 식재료’로 소개하며, 수확하려면 무거운 장대의 무게부터 견뎌야 한다고 예고했다.
미역 수확이라고 하면 물가에서 손을 뻗어 살짝 따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그런데 화면에 나타난 것은 사람 키보다 훨씬 길어 보이는 장대였다. 냄비에 넣을 때도 가벼운 미역 한 줄을 건지기 위해 왜 이렇게 거창한 도구가 필요했을까?
우리가 국그릇에서 만나는 미역은 부드럽고 얌전하다. 하지만 바다의 미역은 가만히 흔들리고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거센 물살을 견딘 미역은 씹는 맛부터 다르다
방송에 나온 거제 돌미역의 정확한 채취 해역은 공식 미리보기만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거제 돌미역의 성격을 이해할 만한 사례가 거제와 통영 사이의 견내량에 있다.
거제시 자료에 따르면 견내량의 돌미역은 거센 물살을 견디며 암반에 붙어 자란다. 이런 환경에서 생산된 미역은 식감이 단단하고 맛이 깊다고 소개된다. 국그릇에서는 숟가락에 부드럽게 감기던 미역이 바다에서는 빠른 물살과 매일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렇다고 모든 자연산 돌미역의 맛과 식감이 똑같다는 뜻은 아니다. 자란 해역과 채취 시기, 건조와 손질 방법에 따라 차이가 생긴다. 다만 암반에 붙어 거센 흐름을 버틴 미역에서 단단한 결을 기대하게 되는 이유는 충분하다.
돌미역을 돌돌 감아 올리는 오래된 방법
견내량에서는 ‘틀잇대’라는 긴 장대를 물속에 넣어 바위에 붙은 미역을 돌돌 감아 올린다. 해양수산부 자료에는 같은 전통 채취 도구가 ‘트릿대’로 표기돼 있다. 손으로 뜯어내는 대신 긴 장대를 돌려 미역을 걷어 올리는 방식이다.
긴 장대에는 힘든 일을 더 힘들게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작은 반전이 숨어 있다. 견내량 어업인들이 이 방식을 이어온 이유 중 하나는 바위에 남은 미역 종자의 훼손을 줄이기 위해서다. 지금 눈앞의 미역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다음 수확까지 생각한 셈이다.
통영·거제 견내량 돌미역 트릿대 채취어업은 2020년 제8호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됐다. 방송에서 사 남매가 긴 장대를 들고 힘겨워해야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살을 견디면서 장대를 움직이고, 물속 바위의 미역을 감아 올려야 하니 보기보다 훨씬 묵직한 작업이다.
국에만 넣기엔 이 미역이 너무 아깝다
돌미역의 단단한 결을 가장 또렷하게 느끼고 싶다면 생미역 초무침이 잘 어울린다. 먹기 좋게 썬 생미역에 새콤한 양념이 닿으면 오독오독한 식감과 바다 향이 먼저 살아난다. 한입을 씹을 때마다 차갑고 산뜻한 맛이 따라오는 음식이다.
익숙한 미역국에서는 정반대의 매력이 나온다. 미역이 따뜻한 국물 속에서 오래 끓을수록 단단한 결은 한결 부드러워지고 국물에는 깊은 맛이 밴다. 물에 불린 미역이 예상보다 몇 배나 불어나 큰 냄비를 찾게 만들었던 경험도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미역은 크기부터 조용히 반전을 준비하는 재료다.
한여름에는 미역냉국도 빼놓기 어렵다. 차가운 국물과 새콤한 맛이 미역의 미끄럽고 오독한 식감을 가볍게 받쳐준다. 초무침에서는 씹는 맛을, 미역국에서는 부드러움을, 냉국에서는 시원함을 즐기는 셈이다. 같은 미역인데 그릇이 바뀔 때마다 성격도 슬쩍 달라진다.
초록빛 한입에 칼슘도 함께
식품안전나라의 ‘미역, 생것, 양식’ 자료에는 100g당 칼슘이 153mg 들어 있는 것으로 표시돼 있다. 다만 이 수치는 방송에 나온 자연산 돌미역을 직접 검사한 결과가 아니라 일반 생양식 미역의 참고값이다. 세척과 조리 방법, 생산 환경에 따라 실제 수치는 달라질 수 있다.
돌미역 한 접시를 먹는다고 갑자기 뼈가 단단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새콤한 초무침이나 시원한 냉국을 즐기면서 칼슘도 함께 섭취할 수 있다는 정도로 기억하면 충분하다. 맛있는 음식 이야기에 숫자가 너무 앞장설 필요는 없으니까.
다시 보니 그 장대가 가볍게 보이지 않는다
처음에는 미역 한 줄을 건지는데 저렇게 긴 장대까지 필요한가 싶었다. 알고 보니 그 장대에는 거센 물살과 암반, 미역을 감아 올리는 손기술, 다음 수확의 종자까지 생각한 오래된 방식이 함께 매달려 있었다.
다음에 〈언니네 산지직송3〉 속 초록빛 돌미역을 다시 본다면 미역국보다 먼저 거제 바다와 긴 장대가 떠오를지도 모른다. 사 남매가 들었던 장대도 단순한 예능 소품처럼 가볍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편하게 먹는 미역 한 그릇 뒤에는 바다의 힘을 견디며 한 줄씩 건져 올린 시간이 있었다.